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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al

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 받은 뮤지컬 배우 김소현

제일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인만큼.. 기사를 퍼 왔습니다.

출처는 이곳 : http://www.sohyunkim.com/zboard/view.php?id=z_news&page=9&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37

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 받은 뮤지컬 배우 김소현


곽소경  자유기고가




제 14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마이 페어 레이디〉의 ‘일라이자’역으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뮤지컬 배우 김소현을 만나기 위해 신사동의 한 카페를 찾았다. 인형처럼 귀여운 외모,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아 온 배우이니 만큼 새침하거나 도도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거침없는 말투에 시종일관 까르르 웃는 모습이 마치 옆집 언니처럼 친근했다.
 
  “시상식 보셨어요? 정말 허둥지둥했잖아요. 상을 받을 거란 예상을 전혀 못했어요. 작년에도 <대장금>으로 노미네이트됐었는데 결국 안 됐거든요. 아직 갈 길이 머니까 수상은 과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감사한 만큼, 부담이 커요.”
 
  뮤지컬 데뷔 7년 차. 그녀가 신데렐라처럼 우리 앞에 나타난 건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역을 통해서였다. 우연히 응시한 오디션에서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주역을 거머쥔 이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지킬 앤 하이드〉 〈대장금〉 등 굵직하고 친숙한 작품으로 무대에 서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성악을 전공하면서 오페라 무대에 서 본 경험은 있지만 뮤지컬은 문외한이었단다.
 
  “‘크리스틴’역은 제게 정말 좋은 기회였어요. 부끄럽지만 뮤지컬 배우가 되기 전엔 뮤지컬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데, 〈오페라의 유령〉이 그렇게 대작인 줄도 몰랐었죠. 연출 선생님 말씀으로는 제가 백지 같아서 색을 칠해 주고 싶으셨대요.”
 
  ‘크리스틴’이 성악적인 보이스였고 오페라에 가까운 작품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운 좋게’ 뮤지컬계에 입성할 수 있었지만 얼결에 오른 뮤지컬 무대는 그녀에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성악을 전공한 그녀가 뮤지컬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무대 안팎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했고, 매 작품마다 다른 인물이 되어 살아야 했기 때문에 안팎으로 자아의 충돌이 심했다.
 
  지금의 김소현이 있기까지 가장 적극적으로 그녀를 지지한 사람은 어머니인 메조 소프라노 장경애 씨. 학창 시절 내내 바이올린을 전공했다는 그녀에게 줄기차게 성악을 권한 것도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다섯 살 때 이미 대학 입시 곡들을 줄줄 꿰고 있을 정도였죠. 하지만 저에게 노래는 일상이고 취미였을 뿐이에요. 성악곡보다는 대중가요에 깊이 빠져 지냈어요. 지금도 이승철의 감성적인 노래들을 들으며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그러던 그녀에게 고2 겨울방학 때 어머니가 사주신 오페라 CD <라보엠>은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 주었다. 세계적인 성악가 파바로티와 같은 유모의 손에 자랐다는 미렐라 프레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오페라 가수로의 꿈을 키워 갔다.
 
  “정말 충격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받았어요. CD를 사러 명동에 다닐 정도로 성악을 좋아하게 됐죠. 재미있는 것은 저의 첫 오페라 작품이 <라보엠>의 ‘미미’역할이었다는 거예요. 그만큼 〈라보엠〉은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쉴 때는 스타크래프트나 카트라이더를 즐겨요
 
  뮤지컬 배우 김소현의 기틀은 온 가족의 음악 사랑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파바로티의 목소리만 닮은 음치’인 아버지는 고등학교 때 성가대에서 어머니를 만나 지금의 가정을 이루었다. 온 가족이 서울대 동문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남동생은 아버지를 따라 의사가 되었고 그녀와 여동생은 어머니처럼 성악을 전공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곱게 자란 듯한’ 인상과 달리 장녀라서 책임감과 자립심이 유달리 강했다는 그녀는 대학 입학 이후 한 번도 용돈을 타 쓴 적이 없다. 그렇다고 다른 음대생들처럼 고액의 레슨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도 없단다.
 
  뮤지컬을 하면서 점차 다양한 문화 속에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있다는 그녀의 취미는 의외로 남성적이다. 한밤에 음악을 크게 틀고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하고, 스타크래프트나 카트라이더 같은 온라인 게임을 좋아해서 후배들이 ‘형’이라고 부를 정도라고. 그녀는 생각보다 털털하고, 꾸밈이 없었다.
 
  “그간 제가 맡은 배역들은 얌전한 역할이 많았어요. 배우는 무대에서도 늘 연기를 해야 하니까 실제 모습까지 가식적이면 제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솔직해지려 노력해요. 그러다 보니까 지금의 털털한 성격이 되었네요.”
 


  그러나 여전히 A형 특유의 소심한 성격대로 모든 일을 지레 걱정하고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 오랫동안 이어지는 깊은 만남에 익숙하지 못하다. 워커홀릭인 아버지를 닮아 잠도 없고 일에만 몰두하는 스타일. 그런 그녀이기에 요즘같이 찬바람 부는 가을에는 부쩍 외로움을 느낀단다.
 
  그런 그녀에게도 영감과 가르침을 주는 선후배와 동료들이 있다. 특히 윤복희 선배는 무대 위의 카리스마뿐 아니라 생활인으로서의 모습도 존경스러운 대상이다. 하이 소프라노의 음역을 가지고 있는 그녀가 다양한 뮤지컬 작품들을 소화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그는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 가늘고 날카롭기보다는 포근한 쪽이라고 자평한다. 높고 가는 목소리가 뮤지컬 배역에 따라 다양해진다고. 그는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대중예술”이라는 점을 든다. 첫 공연 때 관객들이 환호하던 모습은 지금도 가슴 벅차오르게 한다.
 
  다음 작품은 2004년에 열연했던 〈지킬 앤 하이드〉의 엠마 역. 100회도 넘게 공연했던 작품이지만 다시 하려니 부담스러운 마음이 컸단다. 상을 받고 유명해졌다고 억지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다 보면 캐릭터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에 원래 역할에 충실하려고 한다.
 
  진심은 통하듯, 연기도 진정성을 가지면 훨씬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믿는 김소현. 예전엔 손동작 하나조차 어색했지만 진실한 마음가짐으로 연기하는 지금, 뮤지컬 배우 김소현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사진 : 김선아